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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無心

2019.10.15 - 11.10 스페이스산호 제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_ 최혜영


          늘 주변의 재료들을 이용해 무언가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쭈’가 ‘주재훈’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지금까지 작가가 한 개인으로 마음에 골방 안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과 본인이 자신을 깊게 바라본 시간들이 얹혀 있다. 

          ‘무심’이라는 말이 어떤 상태인지 쉽게 이해되거나 상상되지 않았다. 있음을 어떻게 없다고 할까, 깨달은 것을 어떻게 모른 척 할까. 무언가를 버티기 위해 혹은 이겨내기를 애쓰거나 호들갑 떨며 다짐하는 나와는 다르게 또 다른 마음의 엮임을 발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보냈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작업물을 설치하는 과정 또한 또 다른 작업의 연속이었다. 주재훈 작가가 만든 것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한다. 그 말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전시를 준비 하는 중에 최진리(설리) 소식을 들었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고 자유롭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작가의 말 _ 주재훈


          아침에 잠에서 깨고 한참이 또 지나서 눈을 뜨면 주체할 수 없이 긴 시간을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던 때가 있었다. 다리가 아프고 땀에 젖도록 걸어도 끝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뭐라도 만들어야 했고, 그림 그리기와 뜨개질을 지나 실을 꼬기 시작했다. 의식하는 거의 모든 마음이 두려움이 되어가고 있을 즈음에 ‘만들기’는 마음에 괜찮은 골방을 만들어 주었다. 그 곳에서 돌, 나뭇가지와 실이 주는 느낌을 마주하고 머물 수 있었다.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을 끊임없이 오가다 보면 그 중간 어디쯤에서, 실도 같은 자리를 맴돌다 막다른 길에 들어서 만들기가 끝난다. 만들기는 골방에 갇혀버리고 밖엔 다시 두려움이 있다. 아직 그 곳에 머물러 있는 마음이 있다.

          이 글은 만들기를 시작했을 때 혹은 지금까지 어떤 동력으로 만들기가 이어지고 있는지를 말한다. 내가 이해한 드림캐쳐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멀리하려고 애쓰는 모습 보다는 ‘맡겨두라’는 ‘내버려 두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전시 제목 무심 無心>은 내게서 일어나는 일들, 알아진 것들에 대해 조금 더 덤덤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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